본문 바로가기

도서 서평

[서평/소득의 미래] 7.6%의 전쟁, 그리고 탈락한 무용 계급의 사회적 안전망. "기본 소득"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적자 인생이 시작된다. 부모님의 품 속에서 성장해 성인이 되어 사회활동을 통해 소득을 얻고 늙어버린 부모를 부양한다. 수명은 빠르게 증가하는데 흑자 기간은 늘지 않고 있다. 즉, 흑자 기간이 늘지 않는다면 적자 구간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소득의 위기'가 오는 소리가 들린다.

 

가족은 남성 가장을 순종하고, 남성 노동자는 기업에 복종하며 기업은 국가에 충성하던 구조가 2000년대 들어 붕괴하기 시작한다. 상위 10퍼센트에 들지 못한 가장들은 가족 부양 시스템에서 요구하는 '가장 노릇'을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2018년 공기업 직원 전체 평균 연봉 7842만 원, 전체 공공기관 직원 평균 연봉 6798만 원, 한국 성인 소득 상위 10퍼센트 연소득 5153만 원(2017년). 청년들이 공무원과 공기업에만 매진하는 상황에 어른들의 잔소리는 통하지 않는다. 나름대로 가장 효율적인 선택일지도 모른다.

 

정규직/대기업/노조 유뮤 기준으로 전체 노동자의 7.6%만이 통념상의 '정규직'에 속한다.

 

상위 10퍼센트가 되기 한 7.6%라는 좁은 구멍을 통과하기 위한 사람들의 절규가 들리지 않는가?

 

아래 내용은 정규직의 실체를 간략하게 보여주는 두 문장이다. 능력만이 중요한 게 맞는지 알아보자.

 

"그럼 청소하는 분도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는 뜻인가요?"

 

"시험뿐 아닙니다. 6~7단계의 까다로운 심사 과정이 있습니다."

 

말문이 막힌다. 청소하는 일도 시험을 통과해야만 된다는 것인가. 아마 '능력주의 채용 시스템'을 말하고 싶어 하는 듯하다.그런데 실제로는 능력이 아닌 자격을 기준으로 채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어떤 일을 할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그 일자리를 가질 자격이 되는가를 중요시하게 된 세상.

 

'안정적 일자리'는 이제 자격을 갖춘 소수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이 되어버린 것인가.

 

상품/지식/사람의 이동 비용의 감소로 인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간격의 감소로 국가 간 불평등은 줄어들었다. 심지어 고소득 국가의 중하위층 소득과 개발도상국의 상위 계층 간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세계는 평평해졌고 더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각 국가 안에서 벌어지기 시작했다. 선진국이던 개발도상국이던 소득 격차는 심각해지고 있다. 새로운 세계에 동참할 수 있는 계층과 무용계급이 나눠지면서 생긴 격차는 날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크게 갈라질 것이다.

 

직장에 들어가 노동을 통해 월급을 받는 역사는 사실 그리 얼마 되지 않았다. 과거에는 농장에 일이 없으면 잠시 공장을 다니다가 농장에 노동력이 필요해지면 바로 공장을 떠났다. 돈이 떨어지면 다시 공장에 왔다가 어느 정도 돈이 모이면 공장을 떠났다. 노동자들은 다른 생계 수단에 접근할 수 있는 한, 공장의 세계로 들어가기를 회피했다. 당시 산업화 지역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노동자 스스로가 주 생계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취업하게 된 것은 농장의 수제 방적, 방직업이 무너지면서부터였다. 공장은 노동력을 확보해야만 했다. 그리하여 생긴 제도 중 하나는 바로 "사회보험제도"이다.사회보험제도는 후발 산업국인 독일이 노동자들을 공장으로 유인하고 묶어둘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산업 지원 정책이기도 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을 포괄해 '4대 보험'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 제도이다.

 

사회보험은 노동자를 공장으로 유인하는 중요한 제도이다. 기업에 가서 피고용인이 되어 일하면 지시를 받아서 일해야 하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출퇴근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대신 의료와 노후가 보장된다. 사회보험은 본인도 일부 부담해야 하지만 기업에 상당 부분을 부담하며 국가가 수령을 보장해준다. 강력한 유인책이다. 결국 모든 사람이 노동자가 되어야만 하는 사회가 완성됐다. 개별적으로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공장으로 와서 일자리를 구하려 아우성치는 사회가 되었다.

 

그러나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대규모 기계 설비 중심의 생산 체제에도 종말이 다가온다. 1980년대 이후 교통과 통신의 발달은 시장 효율성을 높인다. 2000년대 들어서서는 한걸음 더 나간다. 인터넷의 확산과 함께 거래 비용은 더 줄어들었다. 모바일 통신의 확산은 이런 경향을 더 강화했다.

 

기계,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 최근 들어 많이 들어본 단어들일 것이다. 기계와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언젠간 그렇게 될 수도 있다. 물론 로봇의 사용이 바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이뤄지기란 어렵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로봇에 의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어려운 이유]

 

1. 너무나도 빠른 기술의 변화는 노동자가 하나의 일자리를 떠나 다른 일자리를 얻는 데 필요한 훈련과 시간을 시장이 기다려주지 않는다.

2.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과 새로운 일자리 사이의 미스 매칭이 일어난다.

3. 기계의 '지능'이란 요소가 등장했다.

 

인공지능이 점점 더 많은 작업에서 사람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는 미래가 오면 어떻게 될까? 점점 더 많은 일자리는 대체될 것이다. 대신 새로운 직업들이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이 새로운 직업들은 그야말로 '새롭다'. 가상현실 디자이너, 3D 프린터 제작자, 인공지능 자체를 연구하고 활용하는 기술자 같은 하는 사람들이다. 높은 창의성과 유연성이 필요한 직업들이다. 그런데 기술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그런 새로운 직업으로 옮겨갈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전환에는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 핵심은 그 시간 동안 일자리를 잃은 수많은 사람들의 소독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 중 한가지로 제시되어 온 제도가 있다. 그것은 바로 '기본소득'이란 것이다. '보편적 기본소득제'란 모든 국민 개인에게 일정한 액수의 현금을 정기적으로 조건 없이 지급하는 제도다. 가족이 아니라 개인에게, 물품이나 서비스가 아닌 현금으로, 한꺼번에 주는 게 아니라 생활비로 쓸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일을 하건 하지 않건 가지리 않고 무조건 지급한다. 모든 개인이 기본소득 액수만큼의 실질적 자유를 얻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이 왜 정당한지에 대한 이유]

 

1. 우리 사회가 벌어들이는 돈 중 상당액은 공동의 자원에서 나온 것이다. 자연 자원, 지식 등은 공동의 부로 볼 수 있다.

2. 사람들이 고용을 통해 받는 임금이 과거보다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3. 국가의 역할이 커지면서 행정 효율성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는 점이다.

 

혁신적 생각을 창업으로, 창작으로, 사회 활동으로 펼치려 해도 생계 위협 탓에 도전하지 못하는 게 우리 경제의 현실이다. "기본소득"은 그런 혁신가들이 하늘로 뛰어오를 수 있도록 아래에서 받쳐주는 스프링보드가 되어 줄 것이다.

 

책 <소득의 미래>은 국가 간 부의 분배는 과거보다 좋아졌지만 국가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득격차, 그리고 새로운 기술들의 발전으로 인한 기업의 부 쏠림과 일반인의 소득창출 여력 감소로 무용 계급이 된 사람들을 위한 '기본소득' 제안이다. 세계적인 '소득의 미래'는 이러한 추세이다. 이제 우리는 '이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 나가야 할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현재 직장에 다니고 있다 하더라도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사라진 지금, 언젠간 그 회사를 떠나게 될 미래를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학생들과 사회 초년생들은 특정한 직업을 선택해 공부하기보다 직업을 유연하게 가질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어떠한 미래 직업에 생겨날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직업을 과연 대학교가 가르쳐 줄 것이라 생각하는가? 기술의 발전으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자신에게 적합한 길을 찾아 다양한 소득원을 확보하는 것이 안정적인 소득을 위해 공무원과 공기업을 준비하는 것보다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